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이미지

교양 매주 일요일 저녁 7시 50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식객 허영만이 소박한 동네밥상에서 진정한 맛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

백반일기

백반일기
79회 맛있게 물들다! 서울 남산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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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7관리자 조회수 3594

<맛있게 물들다! 서울 남산 밥상>


가을의 끝자락, 단풍이 붉게 물든 남산을 찾았습니다.
서울의 중심이라 불리는 남산 꼭대기에 올라서니 남산타워가 더욱 빛나 보이더군요.
오늘 남산 동네 밥상은 저와는 오랜 인연인 강석우 씨가 함께했습니다.
남산 근방에서 초등학교와 대학교를 나와
지금은 일주일에 세 번씩 남산을 오른다니 왠지 모르게 든든하더군요.
남산 주민 강석우 씨와 함께 하는 남산 동네 밥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서울역 뒤편으로 좁은 골목길이 펼쳐진 동네 동자동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40년째 운영하는 한 노포를 찾았는데, 직장인들의 점심 성지로 불리는 집이라더군요.
메뉴는 보쌈과 칼국수, 점심 메뉴로는 좀 과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2명이 오든 3명이 오든 세트 메뉴처럼 시킨다더군요.
보쌈을 시키면 나오는 서비스 해장국의 담백한 맛은 조연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꽤나 괜찮았습니다.
강석우 씨는 삶은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며 내심 걱정인 표정이었는데
굴과 오이를 넣어 무쳐낸 보쌈김치와 보쌈 한 점을 얹으니 손이 절로 가더군요.
여기에 멸치의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칼국수까지 마무리 지으니
왜 이 집이 까다로운 직장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는지 알겠더군요.
아참, 보쌈김치는 겨울에만 굴을 넣어준다 하니 이 맛을 놓치지 마시길!


보쌈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
과거 쪽방촌을 이루었던 이곳에 한 대기업 회장님이 찾아와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는 숯불 장어구이집을 찾았습니다.
이 집은 점심엔 장어 덮밥을 그리고 그 외엔 장어구이 정식 단일 메뉴인데
먹는 방법이 참으로 다양하더군요.
장어구이와 함께 세트로 즐기는 빙어매운탕과 특제 간장양념장을 넣은 장어덮밥까지
단일 메뉴라 해도 다채로운 맛이 함께 하니 괜찮더군요.
일식 조리장 출신인 1대 주인장이 개발한 들기름소금을 장어에 발라낸
소금구이 장어가 과연 느끼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의외의 담백하고 고소한 맛에 놀랐습니다.
바닷장어가 최고로 좋다고 생각하던 저도 오늘 이 맛을 보고
민물 장어 애호가가 될 정도였으니까요!


남산 근방에서 대학교를 나왔다는 강석우 씨에게 익숙한 곳-
장충동을 찾았습니다.
이 지역에 족발이 유명하다 생각하시겠지만, 요즘엔 오겹살 하나로
학생들과 교수님들의 발길을 이끈다는 집이 있더군요.
오겹살이 특이한 게 있겠나 싶었는데 명란젓을 함께 내주더군요.
주인장이 명란젓을 좋아해 손님에게 내주기 시작했다는데
쌈장 대신 짭조름한 명란을 얹어 먹으니 간이 딱 알맞더군요.
이 집은 전기 불판을 쓰는 터라 고기의 육즙을 잘 느낄 수 있도록
고기를 5mm 내외로 얇게 썰어 내어주는데
주인장이 22년간 직접 손으로 썰어내 주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더군요.
여기에 새롭게 준비했다는 스지해장국까지 곁들이니
배부른 와중에도 밥 한 그릇이 뚝딱 들어가더군요.
점심엔 밥집으로 저녁엔 고깃집으로! 남산의 별미를 제대로 찾았습니다.


서울의 랜드마크인 남산, 요즘 젊은이들에겐 바로 밑 동네
‘후암동’이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더군요.
더불어 3년밖에 안 됐지만 주민들의 입맛을 저격했다는 ‘동태탕’ 집을 찾았습니다.
저는 다양한 내장과 함께 ‘애’를 넣어주는 동태 내장탕을 맛봤는데
내장이 들어가 느끼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오히려 내장의 깊고 진한 맛이 국물에 우러나 그 맛에 중독이 돼버렸죠.
여기에 유쾌한 사장님의 입담까지 더해지니!
이 쌀쌀한 가을엔 후암동을 찾을 이유가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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