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이미지

교양 매주 일요일 저녁 7시 50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식객 허영만이 소박한 동네밥상에서 진정한 맛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

백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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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회 으랏차차! 태릉 금메달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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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0관리자 조회수 1916

<으랏차차! 태릉 금메달 밥상>

서울 북동쪽에 있는 문정왕후의 능 ‘태릉’은
본래의 이름보다 ‘태릉선수촌’으로 더 많이 알려진 곳이지요.
수많은 운동선수들이 대한민국 대표라는 타이틀을 걸고
비지땀을 흘리며 훈련을 받고 있는 명실상부 한국 스포츠의 산실입니다.
태릉선수촌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분이죠?
제가 아주 오랫동안 기다려온 한국 빙상의 여제, 이상화 씨와 함께
기운 넘치는 태릉의 맛을 찾아 나섰습니다.


먹을 만드는 마을이라 하여 ‘먹골’이란 옛 지명을 가진 묵동에
입소문으로 알려진 근사한 부대찌개집이 있다고 하더군요.
메뉴라고는 부대찌개 하나, 밑반찬도 무김치 하나만 내어주는 단출함에
사실 처음에는 적잖이 당황했는데요.
찌개 맛에 자신 있어 반찬을 하나만 내놓는다는 주인장의 포부!
잘 끓은 부대찌개를 먹자마자 그 이유를 알겠더군요.
미국산만 고집한다는 소시지도, 두툼하게 갈아넣은 민스도 좋지만
미나리를 듬뿍 넣어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태릉 하면 떠오르는 게 선수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7, 80년대 서울을 주름잡았던 ‘태릉 갈비’ 역시 태릉의 명물이지요.
90년대 도시 개발을 하며 많은 갈빗집들이 태릉을 떠났지만,
묵동에서 30년째 동네 사람들의 입맛을 꽉 잡고 있다는 갈빗집이 있다고 해서
이상화 씨와 함께 찾았습니다.
반세기에 가까운 업력을 자랑하는 곳이지만,
갈비의 맛은 배밭 아래 삼삼오오 모여 구워 먹던 그 시절 그대로.
달짝지근한 갈비의 추억이 뭉근하게 떠오르는 시간이었습니다.


선수촌의 선수들에게 아주 악명높은 훈련이 하나 있다죠?
태릉 뒤를 병풍처럼 호위하는 불암산을 40분 만에 뛰어 올라가야 하는
‘불암산 크로스컨트리’인데요.
힘들었던 기억을 상쇄시켜줄 불암산 아랫자락의 닭갈빗집을 찾았습니다.
지금의 주인장이 가게를 인수받은 25년 전부터 한 번도 올리지 않았다는 가격,
요즘 김밥 한 줄 값밖에 안 되는 단돈 5천 원에 닭갈비를 맛볼 수 있는 곳입니다.
육계, 노계, 내장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기만 하면 끝.
부드러운 육질의 육계와 질깃하지만 고소한 맛이 있는 노계,
둘 다 매력적이라 어느 것 하나 놓치기 아깝더군요.
게다가 5천 원짜리 메뉴의 반찬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푸짐한 반찬까지...
서울에서 오랜만에 푸짐한 인심을 만날 수 있는 식당이었습니다.



생선구이는 저도 참 좋아하는 메뉴이지만 집에서 먹기는 쉽지 않습니다.
때문에 외식 메뉴로 자주 찾곤 하는데요.
생선구이를 쌈에 싸서 먹는 특이한 집이 있어 들렀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네 가지 모둠 생선에
주인장이 개발했다는 특제 생선 쌈장을 더하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생선을 쌈으로 싸 먹으면 너무 비리지 않을까 라는 걱정을 했었는데
주인장이 복분자 액으로 24시간 숙성하여 비린 맛을 잘 잡아냈더군요,
태릉 인근을 찾았다가 생선구이가 생각날 때면
한 번 쯤 발길해 볼 만한 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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