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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소설- 대통령 후보 '소중보일' 씨의 청문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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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1 이*윤 조회수 251 |
-정치소설- 대노당 대선후보 ‘소중보일’
어떤 무대에서 두 사람이 서로 간 열띤 대화를 나누고 있는 장면 같은데--, 마치 비행기 창으로 내다보는 구름 속처럼 흐렸다 맑았다 하여, 실재상황인지 환영(幻影)인지 아리송하다. 아무튼 현시(現時)든 꿈이든 구름 저편에 스치는 장면들이 호기심을 부추겨 무슨 일인지 정신을 가다듬고 쳐다보았다. 차츰 안개 같은 옅은 구름이 걷히더니 시야의 공간이 평시와 다른 야릇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갑자기 가늠하기 어려운 거리인데 어떤 희뿌연 벽면에 『18대 대통령선거 대노당 후보 정견발표회』라는 현수막이 걸려있고, 그 밑에 작은 글씨로 ‘2012. 12. 15’ 이란 글자가 보인다. 참 이상하다. 내가 며칠 전, 분명히 2007. 12월 초순경이었고. ‘제17대 대통령선거 TV토론 정책 비전대회’에서 일국당(一國黨) 이모 후보가 ‘한반도 대운하 550km를 건설하여 실업자를 줄이고 경제를 살리겠다고 공약을 하자, 정모, 이모 씨 등 타당 후보가 집중적으로 이 후보를 헐뜯는 tv 토론 장면을 방청하지 아니하였든가. 그런데 저 벽면에 새겨진 날 자는 2012년 12월이라고 되어 있다. 또 ‘대노당’이란 처음 듣는 정당인데---, 게다가 내가 지금 반팔 티를 입고 있는데 왜 춥지 아니한가. 이거 원 머리가 핑 돌 것 같다. 내가 ‘타임머신’을 타고 4〜5년을 뛰어 넘어 2012년의 미래로 날라 왔나---. “애라, 모르겠다.”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자세히 구경이나 해보자고 생각하고 화면을 주목하니 평면에 영사된 활동사진이 아니고 입체적으로 움직이는 현실의 상황 같다. 눈을 부릅뜨고 세밀히 쳐다보았다. 어떤 이목구비가 잘 갖추어진 한 사회자가 머리가 희게 센 노인에게 “소중보일(小中普一) 후보께 묻겠습니다. ‘대노당’이란 당명을 붙이게 된 사유가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점잔하고 품격이 있어 보이는 반백의 후보는 “한자로 쓰면, 큰 대(大), 늙을 노(老), 정당 당(黨) 그래서 대노당 이고, 다른 이름으로는 ‘푸른노인당’이라고도 합니다. 쉬운 말로 풀이하면 젊은이 못지않은 ‘큰 노인당’이지요.” 사회자는 궁금한지 “큰 노인, 그리고 대노당이 라니요.” 하자 노(老) 후보는 미리 준비해둔 답인 양 “젊은이들 보다 더 나라를 걱정하고 창의적인 생각을 가진 노인들을 의미하지요. 또 이런 노인들이 중심이 된 정치 결사체를 노인당이라 칭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우리당의 지도부는 오늘의 중국을 있게 한 고 등소평 같은 분을 롤 모델로 삼고 있지요.” 사회자는 혼자 말처럼 입속으로, “전에 모 정당 정 모 씨는 ‘늙은이는 집에서 푹 쉬라’ 했는데---.” 입속으로 중얼거리는 데 귀도 밝은지 이 소리를 들은 노 후보는 “여보, 사회자 양반, 그분의 정당이 일시에 해체된 사실을 보고도 감히---.” 하고 가볍게 힐난하자, 사회자는 겸연쩍은 지 피식 웃다 다시 눈을 반짝이며, 표정을 바로 잡고 “대노당은 급하게 만들어진 신당으로 알고 있는데--, 당원 수가 도대체 얼마나 되는지 알고 싶습니다.” 다소 얕잡아 보는 조로 말하자. “그 무슨 섭한 말씀이요, 대노당은 법정 당원이 5백만 명 이상입니다.” “당원이 5백만 명을 넘는다고요” “그럼요, 우리 당원은 호적부에 등재하여 정부에 맡겨 관리하고 있지요.” “통계상 호적부에 등록된 65세 이상의 노인이 5백만 명 정도라 했는데--, 대노당 당원이 란 결국 대한민국 노인 전부다 그 말입니까.” “그래요.” “무슨 당치 않는 말씀을--.” 노인은 다소 화가 난 듯 “중립을 지켜야 할 패널리스트가 TV 실황 중계에서 대노당의 약점를 교묘하게 꼬집다니---.” 앞에 놓인 컵의 물을 한 모금 마시며 사회자를 노려본다. 그러자 노 후보의 눈길에 질렸는지 “용서하십시오. 일국당 후보와 귀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엎치락뒤치락 시소(seesaw)를 벌이고 있는 점을 제가 깜박 했군요.” 노인은 누그러지며 “사회자 양반 잘 지켜보세요, 오늘 마지막 대노당의 제 발표회가 끝나면, 일국당 후보는 ‘새 발의 피’ 신세가 되고 말 겁니다.” 나의 위치와 발표장과는 제법 거리가 먼 것 같은데--, 얼굴의 표정 하나하나, 적은 몸놀림까지 바로 옆에서 보는 것 같이 또록또록하게 보인다. 참 이상하다. 노 후보는 사회자를 향하든 시선을 앞쪽으로 돌려 전국 시청자에게 들어보라는 듯 “지금, 우리나라에서 정치지도자나 경제인, 학자, 언론인은 물론 젊은 세대 등을 망라하여 인류가 직면한 인간 수명 ‘장수시대’가 도래할 때 파생할 가공할 재앙에 대해서 걱정하거나 대비해야한다고 경고하는 목소리가 없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다시 말하면, 미래시대에 대한 무방비 및 무개념적 낙관주의가 팽배해 있지요.” 사회자는 고개를 갸웃하며 “미래 무개념적 낙관주의라 니요.” 노 후보는 자세를 바로하고 차분하게 입을 연다. “미국의 발명가요 미래 학자인 ‘레이 커즈와일’ 씨는 2005년에 발간한 ‘특이점이 온다’라는 책을 통해,2045년이 ‘특이 점’이라 칭하고, 그 때가 되면, 컴퓨터기술과 나노기술 로봇기술 인체공학 등이 합쳐 저서 사람의 수명이 무한대가 되는 시대가 온다고 주장해요.” 사회자는 눈을 크게 뜨고 “후보님, 무슨 꿈같은, 그런 황당한 말씀을--.” 노 후보는 계속하여 말을 이어간다. “정교한 의술을 저장한 나노칩을 저장하여 만든 나노 봇(나노로봇)을 인체에 주입하게 되면 그 나노 봇이 인체 내에 돌아다니며 병든 기관이나 썩은 세포를 고치기도 하고 재생시키기도 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면 인간은 건강을 유지하여 죽지 않는다고 합니다.” 노인은 목이 마른지 컵을 들고 물을 마신다. 사회자는 노인을 보며 “인간의 수명이 정말 그렇게 길어 질 수 있을까요.” “과학이 그렇게 한다고 하니 믿을 수밖에요, 인간이 하늘을 나는 것도, 달나라를 밟는 것도, 원폭도, 컴퓨터 칩도, 나노기술 등등 우리가 불가능 하다고 단정 했던 일들을 우리 인간의 두뇌는 정복하지 않았습니까. 지금의 IT 및 컴퓨터 기술이 기하급수로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기하급수의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신단 말입니까.” “듣고 보니 그렇습니다만 아무래도 믿기지 않습니다.” 노인은 사회자의 반 동의에 고개를 꺼덕이더니 “무어 법칙이란 소리를 들어보셨나요, 18개월을 주기로 컴퓨터의 용량이 2배로 늘어난다는 법칙입니다. 1929년에 센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고든 무어’의 위 주장이 21세기인 지금에 그대로 실현되고 있습니다. 또 ‘커즈와일’은 2030년에는 지금의 백만 원 대의 컴퓨터 하나에 한 사람의 두뇌에 해당하는 기억을 심을 수 있고, 2060 년대에는 전 인류의 두뇌를 위 한 대의 컴퓨터에 저장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정말 경천동지할 얘깁니다.” “한편 생각하면, 하늘이 준 인간수명 백 년 안팎을 무한수명으로 생체를 개조하는 짓은 신을 조롱하고 배반하는 행위가 아닌가 싶어 오싹하게 전율을 느끼게 합니다만, 그런대도 어디 대노당 후보인 내 말고 그 어떤 후보가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역설한 분이 있습디까.” 노인은 목이 마른지 컵을 들고 물을 마신다. 사회자는 “인간의 수명이 정말 그렇게 길어 질 수 있을까요.” “과학이 그렇게 만든다고 하니 믿을 수밖에요.” “듣고 보니 그렇군요, 과학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다 해결 하였지요, 정말 가슴에 와 닫는 귀한 말씀 고맙습니다, 이제 다른 현안으로 넘어 가겠습니다 후보께서 하실 말씀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노인은 눈을 감고 잠시 명상하더니 “남의 당을 탓하기는 좀 무엇합니다만, 여당 정부에 노인청이 없고 일국당에도 대표최고위원회 직속에 ‘여성위원회', '청년위원회'가 있고, 사무처 조직국에 '청년 팀'이 있고, 여성국 내 '여성1팀', '여성2팀'이 있습디다. 그러나 노년위원회나 노년 팀이 있는가 싶어 아무리 훑어보아도 노(老)자로 시작되는 기구가 없으니, 그 당이 얼마나 근시안적이며, 노년층을 폄하하는 정당인지를 알 수 있지 않습니까. 우리 대노당은 이런 노인 문제를 환경 파괴 문제와 대등한 비중으로 다루어 인간이 백세 이상 장수하는 시대에 대비하자는 목적을 정책의 하나로 내걸고 고민하고 있는 정당 이지요, 그래서 대노당은 70세 이상 되는 노인들 중에 정치에 대묻지 않고 양식 있는 노인을 지역구 후보로 30%를 공천하고, 국회 비례대표로 20%이상 할애하는 것을 의무화 하는 법을 만들 것을 목표로 하였지요, 어디 내 말이 사리에 어긋난다고 생각하십니까, 사회자 양반께서 어디 대답해보세요.” “옳으신 말씀입니다.” “우리 대노당은 정부에 노년 청을 정당에는 노인 국을 의무적으로 만들 것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지요. 이런 제 주장이 노욕입니까, 사회자 양반 어디 이 자리를 통해 전국에서 방청하시는 분들 앞에 답해보시기 바랍니다.” “틀린 말이 아닙니다. 정말 우리 정치무대에서 노년층을 깔보는 기득권자의 독선을 예리하게 꼬집었습니다.” 노인은 다소 흥분하여 말을 내뱉는다. “60세 이상 노인이 7백만 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국회에 머리가 하얀 노인들의 의석도 할애 되어야 합니다. 노인들도 사회의 약자로 자구책을 강구해야 되지 않겠어요.” “옳은 말씀입니다.” "동의하여 주시니 고맙습니다. 국민들도 제 주장에 반대하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사회자는 수긍한다는 표정을 보이며, “정말 과학의 시대에 차원 높은 정책을 내 걸고 있군요.” 하고 손목시계를 보더니, “후보님! 이쯤에서 노인과 관련된 문제는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하겠습니다.” 사회자는 자세를 가다듬고, “그러면, 후보님의 신상에 관해 궁금한 것 몇 가지 묻겠습니다. 유권자도 언론도 정치권도 후보님의 성함이 ‘소중보일’인 점에 대해서 이상하다고 고개를 갸웃하고 있습니다. 조상이 ‘일본사람 같다’는 둥, 성씨가 ‘소’인지, ‘소중’인지, ‘소중보’인지 궁금하다고 야단입니다.” “그래요, 미쳐 국민에게 해명하지 못 했군요, 내 성은 ‘소중보’이고, 이름은 ‘일’입니다.” “저는 ‘소중보’라는 성씨를 처음 듣는데 본관은 어딥니까.” “대민(大民)소중보 입니다, ‘대민’이란 곳에 지금 내가 거주하고 있는데, 그 곳은 내 고향 이지요. 즉 대한민국이 제 성씨의 본향입니다.” 사회자는 이해가 되지 않는 듯 “그러시더라도 ‘제갈’이나 ‘선우’란 성은 들었지만, ‘소중보’란 성은 처음 인 데요.” “그를 겁니다. 바로 내가 소중보 족계(族系)의 시조(始祖)이거든요.” “아니, 시조라면, 후보님은 조상이나, 낳아 주신 어버이가 없다는 말 인가요.” “왜 없겠어요, 다만 나는 생체적 DNA혈통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내 사상에 부응하는 실존적 가치와 신념이 상통하는 동류의 국민계층을 부각, 보존, 확대하기 위해 ‘사회적 종’(社會的 種)인 ‘소중보’란 성씨의 창시자가 된 것이지요. 그래서 내 성인 ‘소중보’는 국민에게 개방되어 있어 입탈(入脫)이 자유롭고, 기존의 성씨 보존여부도 상관하지 않습니다.” 사회자는 궁금한지 “방금 ‘사회적 종’ 이라 하셨는데---.” “잘 물었습니다. 일종의 경제적 신분인데 ‘소시민’, ‘중산층’, ‘보통사람’을 통칭하는 신분적 종(種)을 말합니다. 소.중.보는 위 어절의 첫 글자의 묶음 이지요.” 이 말을 듣고, 사회자 잠시 눈을 감고 있다가 감탄 한 듯 소중보 후보를 보더니 “저도 공감합니다.” 노 후보는 시청하고 있는 국민들을 의식한 듯 허공을 훑어보다 정면을 주시하며 음성을 낮게 깔며 또박또박하게 “보세요. 2007년 3월 통계에 의하면 청년실업자수가 33만4000명인 7.5%인 고율로 고정되어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그 원인을 따져보면, 학력이나 지위가 높은 사회적 계층이 불안정한 직업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시간강사, 미취업 박사, 연구원, 비정규직 사무원 등은 소득이 낮아 취직을 거부하고 부모의 도움을 받고 있으며, 이런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문제지요. 이들을 가리켜 일명 '캥거루족' 이라 칭하기도 합니다.” 노 후보는 빨려 들어오는 듯한 사회자를 보며, “즉 중산층은 사회 안정의 핵심 층이며 ‘부의 계층과 빈의 계층’사이에 놓여 있는 이동 통로입니다. 빈곤층이 중산층으로 늘어나고, 부유층이 중산층으로 서로 교류하여 빈곤층이 줄고 부유층이 줄어가는 사회적 구조가 이상적 형태입니다. 우리 대노당에서는 양극화의 중계지역인 소중보 층의 확대를 위한 정책을 개발하여 강력히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뒤쪽에서 어떤 여성이 무대로 나와 사회자에게 쪽지를 건네고 나간다. 사회자는 쪽지를 펴고 읽는다. -시청율 60%에 육박, 소중보 후보 계속 묶어 둘 것-, 관망자의 눈에 사회자 손에 쥔 메모지의 글귀가 뚜렷이 보인다. 방송국 앞마당에 운집한 시민들은 소중보 후보를 직접 보겠다고 야단이다. 온 나라 구석구석에서 소중보 후보에게 박수와 환호를 보낸다. 어떻게 시야의 모든 사물이 원근에 관계없이 똑똑하게 보인단 말인가. 지금 관망자인 나는 노안으로 도수 높은 안경을 끼고 있는 데--. 여기 저기 “대노당, 소중보일 후보 만세----,” 라고 외치는 소리가 온 나라에 가득하다. 관망자는 다시 청문회 현장으로 눈을 돌린다. 사회자가 소중보 후보를 향해 “투표참여 캠페인이 나갈 동안 5분 정도 쉬어야 하겠습니다, 잠시 볼 일도 보고요.” 하고 일어서자, 두 사람이 사라지며 동영상이 평면 화면으로 바뀐다. 인기 배우 인듯 한 두 남녀가 등장한다. 산뜻하고 잘 생긴 한 남자가 먼저 “투표율은 국력입니다. 대통령 선거에 빠짐없이 투표하자.” 고 강한 톤으로 호소하자, 이어 여자는 “90% 이상 투표하면, 나라가 바로 선다.” 라고 화답 한다. 두 사람은 투표장에 늘어선 사람들 뒤에 서서 차례를 기다린다. 이런 영상이 한 1-2분간 계속 되더니,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민과 유권자에게 보내는 캠페인 이었습니다.” 하는 말이 나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공’ 하는 글귀가 크로스 업 되었다 사라진다. 잠시 후 다시 입체적 동영상으로 바뀌면서, 사회자는 후보를 향해, “스텝들이 말하기를 지금 국민들은 소중보 후보님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까 기다리며 최면에 걸린 듯 TV 주위에 몰려 후보님 얘기로 꽃을 피우고 있다 합니다. 안방, 싸우나 휴게실, 역, 고속버스 대합실 심지어는 일과(日課) 중인 사무실 등 사람이 두 세 사람 이상 모인 곳이면, 야단 굿이 랍니다.” 하자, 소중보씨는 “국민이 이제야 정신이 드나 봅니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지요.” 담담하게 말한다. 사회자는 “몇 년 전 월드컵 4강 전(戰) 때의 응원 모습을 능가한다고 해요.” 후보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국민이 얼마나 정도(正度)정치에 목말랐으면, 쯧쯧--.” 이어서 “기득 정치인들을 향한 분노의 폭발이겠지--.” 이 말을 들은 사회자는 “후보님, 본 방송국 여론 조사팀의 보고인데요, 전국에서 오프라인, 인라인 할 것 없이 후보님의 ‘소사모’가 기하급수로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데--, 우선 이에 관한 소감을--.” 하고 묻자, 소중보씨는 기분이 아주 상한 듯 얼굴을 찌푸리며, “우리 국민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군요. 정치는 결코 감성적 물상이 아닌데--, 왜 나를 사랑해야 한다고 모임까지 만든답니까, 나의 정견이 마음에 들면 박수를 보내고, 나에게 표를 던져 주는 것이 민주시민의 올바른 자세입니다. 그런데 사랑하다니요, 인간의 외모는 그 변화가 미미하지만 가슴 속에 담긴 관념과 사상은 불가항력적 사정에 따라 급변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국민여러분, 나는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나를 사랑하면 아니 됩니다. 늙고 힘없는 나는 이미 여러분 외는 사랑할 사람이 없지만 여러분은 가정과 자식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나보다도 당신의 가정을 더 사랑해야 합니다. 해방 후 반세기 동안 국민에게 걱정만 끼쳐 온 정치에 관하여는 냉정하게 머리로 판단하여야지 뜨거운 가슴으로 대하지 마십시오. 정치는 이성이지 감성이 아닙니다. 정치는 현실문제이지 과거문제도 아닙니다. 그래서 정치인을 향한 사모의 최면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이 같은 호소가 전파를 통해 국민의 심중을 울렸는지 소중보 후보에게 보내는 박수의 열기가 반도에 가득차고, 관망자인 나에게도 그 열기가 전하여 지는 것 같다. 후보는 계속 말을 쏟아 놓는다. “‘사모’(思慕), ‘사모’하는 정치가 노사모가 시발 이었던가요--, 박사모, 이사모, 이젠 나를 향한 ‘소사모’까지 야단법석입니다 그려--. ‘사모바람은 민주정치를 퇴보시키고 정치정도를 굴절시키는 병인(病因)인입니다.“ 사회자는 노(老) 후보의 논리를 이해하려 머리를 굴린다. 또 어떤 말이 나올까 기대하는 듯 “아니 국민이 자기 입맛에 드는 지도자를 사랑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요, 민주시민의 권리가 아닌가요.” “사회자, 당신 농담을 하자는 거요, 개인의 자유니, 수준 향상이니 그 무슨 망발이요. 이 나라의 주인이 누구입니까, 헌법 제1조 ②항도 모르나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고 했습니다. 대통령은 행정의 수반으로서 일순 위 공무원입니다. 공무원은 국민의 공복입니다. 공복이란 무엇입니까. 국어사전을 보세요. 국가나 사회의 심부름꾼을 일컬음입니다. 주인이 심부름꾼을 어찌 사랑한답니까. 질서와 윤리를 까뭉개자는 겁니까.” 하고 호통을 친다. 사회자는 민망한지 고개를 숙이더니 “꽤 시간이 지났습니다 한 5분 캠페인을 보내는 동안 잠시 쉬시지요” 그러자 평면 화면으로 바뀌며 선관위 광고가 다시 뜬다. 역시 선관위의 대선 투표 독려 캠페인인 “90% 이상이 투표하면, 나라가 산다” 라는 평면 화면광고가 나오고, 광고가 끝나자 곧 무대의 동영상이 뜬다. 사회자는 잠시 메모지를 보다가 말을 잇는다. “방금 선관위 캠페인에서 ‘90% 이상 투표하면, 나라가 산다고 하였습니다. 이에 관하여 후보님의 소견을 말씀해 주십시오.” “내가 하고픈 말을 잘 물어 주었습니다.” 하고 소중보 씨는 자세를 가다듬는다. “우선 내 예기를 잘 듣고 답해보세요. 사회자께서 이번 18대 대통령 선거의 의미를 한마디로 줄여서 표현 하신다면---?” 사회자는 잠시 멍한 표정으로 생각더니, “우리국민을 영도할 대통령 뽑기 행사가 아닌지요.” “그래요, 대선의 목적은 국민이 투표란 수단을 통하여 대통령 후보 가운데서 한분을 선택하여 국가 통수권자를 만들어 내는 절차입니다, 즉 기득 정치 지도자들이 대통령이 되기 위해 벌이는 표심 획득을 위한 싸움 이지요.” 사회자는 “너무나 당연한 말씀입니다.” “당연하다고 했지요,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는 이상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나의 대노당이 기존의 정치 결사체도 아니고, 후보인 나도 전문정치인도 아닌데 어째서 보잘 것 없는 늙은이인 내가 사실상 집권 일보 직전이라고 큰 소리 치며 자만에 빠졌던 ‘일국당 복혜근’ 후보를 재끼고, 투표일을 며칠 앞둔 현시점에서 일 순위로 국민지지를 받고 있을 까요, 이런 이상한 사태가 왜 벌어지고 있는지 의문이 생기지 않는 가요.” 사회자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정말 특이한 상황입니다, 광복 후 역대 대통령 선거를 보면, 하나 같이 전문정치가나 물리력을 휘두른 자들이 국민을 짓밟고, 그들만이 벌이는 권력 놀음 이었습니다.” 소중보 후보는 고개를 꺼덕이며, “사회자께서 언론인답게 현대정치사를 정확하게 꿰고 있군 요, 그런데 나처럼 돈 없고, 이름 없는 촌 늙은이가 겁 없이 대선에 뛰어든 자가 과연 몇이나 있었던 가요.” “정말 그렇습니다, 이번 대선전에서 후보님의 폭발적인 인기 획득은 유래 없는 특이한 양상이라 하겠습니다.” 답변을 기다리고 있은 듯 소중보 후보는 말한다. “이번 17대 대선은 한마디로 말하면, 국민과 기득정치권과의 일대 격전(激戰)이기 때문입니다. 이 전쟁에서 국민군(國民軍)의 총 사령관 역할을 내가 맡고 있는 셈입니다. 나 외의 타 후보들은 모두 기득 정치인들로서 입으로는 국민과 나라를 위하는 척 하면서 사실상 국민을 속이고 나라를 위경으로 몰아넣은 권력 편집중증 환자였어요. 소시민 중산층 보통사람 중의 하나인 나는 평범한 국민입니다. 그리고 헌법 제 1조 2항에 적시한 대한민국의 주권을 가진 국민입니다. 그래서 내가 벌이는 기득 정치인들과의 치열한 성전(聖戰)이 바로 18대 대통령선거전입니다. 이런 이유로 선관위의 투표율 90% 이상이면 나라가 산다는 말은 바로 전 국민이 총력 적으로 투표에 임하면, 내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내 당선은 주권자의 승리이니 이를 두고 곧 ‘나라가 산다’ 고 하는 것 아니겠어요.” 조용히 듣고 있던 사회자는 “그렇군요, 국가 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바로 소중보 후보님의 당선 운동을 벌이는 격이 군요.” 먼 공간에서 내려다보는 나는 궁금하였다. 내 기억에는 일국당이란 정당도 없었고, 대선 후보 중, 복혜근이란 사람도 없었는데, 복혜근이란 후보는 도대체 누구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무대 위에서 소중보 후보가 “사회자님 시간이 있다면 내가 말을 좀 길게 해도 되겠습니까.” 하고 묻는다. 늙은이가 정말 할 말이 많은가 보다 생각하는데--, 사회자는 “예, 그렇잖아도 뒤 쪽 피디 측에서는 후보님을 계속 붙들어 두라고 성화입니다. 시청 율이 계속 상승하고 있으니 깐 요.” “고맙습니다. 지루하지만 잘 들어 주십시오”. 숨을 고르는지 잠시 뜸을 드리다가 소중보씨는 호주머니에서 메모장을 꺼낸다. 이를 보면서 “우리가 브라질 하면, 축구황제 펠레와 리오축제를 떠올리고, 벨기에 하면 엽총, 오스트리아 하면 빈소년합창단, 호주하면 캥거루 등이 먼저 떠올리게 되는 상징적 이미지들이지요. 그러나 이 국가들이 공직자 선거에서 공통적으로 ‘의무투표제’를 실시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하여 알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지 않나 싶습니다. 조사 자료에 의하면, 브라질에서는 투표 기권자에게 전년도 최저임금의 3∼5%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하고, 그 외 공직 채용시험, 은행 대부, 여권이나 주민증 소지 등에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하고, 오스트리아에서는 3,000실링(우리 돈 3십만원 정도) 이하의 벌금을 매기거나, 2주 이내의 구류를 처하게 되어 있습니다. 호주는 지난 1924년부터 강제선거제도를 채택해 실시해 오고 있고 타당한 사유 없이 선거에 불참하면 만만치 않은 액수(약 4만원)의 벌과금을 물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 외도 여러 나라가 있습니다” 사회자는 “투표의무제를 실시하고 있는 국가가 그렇게 많군요.” “그런 나라는 지금 민주정치가 순조롭게 돌아가 청치권이 죽고 살자하고 싸움질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듣고 보니 그런 정치 갈등을 겪는다는 뉴스를 듣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저명한 정치평론가인 로리 오크는 ‘민주주의는 선거로 말 한다’라는 정치 격언을 들어 강제선거제도의 대의명분은 충분하다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노 후보는 잠시 시청자를 의식한 듯 허공에 시선을 두다가, “혹자들이 ‘위 나라들은 선진민주국가들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도 할 것이지만, 버클리 대 교수 '오스틴 레니' 같은 정치학자는 그의 저서 ´현대정치학´에서 -강제투표를 행하고 있는 몇몇 나라들이 이 제도를 폐지할 생각을 별로 하지 않는다- 라고 밝히고 있음은,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정치 관련법 등 개정 문제로 국가의 틀이 흔들릴 정도로 시끄러운 우리나라와는 달리 위 나라들은 정치가 국민의 편에 서있고, 민주정치가 물처럼 유연하게 펼쳐지고 있음을 웅변으로 말하여 주고 있습니다.” “후보님 그러면 정치거부계층의 특질이 어떠하기에 투표장에 들어서면, 올바른 투표를 한다고 장담 하십니니까." 하고 반문하자 소중보 후보는 “지금 우리 유권자의 선거 패턴을 눈여겨보면, 투표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거의가 양질의 국민임을 알 수 있습니다.” 사회자는 이외라는 듯 “양질의 국민이 투표에 참여하지 아니한다는 말은 이해가 되지 않는데요.” 노 후보는 잘 물었다는 듯 사회자를 찬찬히 보다가 “본 후보가 그들이 ‘양질의 국민’이라는 이유를 요약하면, *돈 써는 정치인을 싫어하고 *지역주의를 배척하고 *기성정치인을 싫어하고 *정당을 선호하지 않고 *비판성과 분별력이 있고 *다른 사람의 말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기 때문이지요.” “왜 그런 분들이 투표까지 거부합니까 그 이유는요.” 노 후보는 “이런 양질의 국민이 투표를 기권하는 동기를 살펴보면 *전문정치인의 자만과 권욕 *정치지망자(후보군)의 자질 미달 *정치권의 이전투구현상(민생정치 상실, 아집과 이기주의 등) *선거법의 모순(돈 선거 방지를 최대 가치로 만들어진 경직된 선거법) *선거철새와 지역편파주의자에 대한 반감 *정당들의 오만과 비젼 상실에 대한 반감 등의 반 정치환경적 요인에 기인한다고 봅니다.” “간단히 말하면, 정치인과 정당에 대한 환멸과 지역, 지연, 학연에 매몰된 선거 철새들에 대한 반감이군요.” 노 후보는 사회자의 말에 “잘 말씀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요인은 유권자인 우리 국민이 투표행위는 유권자의 절대권리 임으로 투표를 해도 아니해도 국민의 자유라고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이 말에 사회자는 “투표하고 안하고는 국민의 절대 권리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인가요.” 이 말에 소중보 후보는 “저는 투표가 국민이 내는 세금과 같이 국민의 의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그래서 본 후보는 일단 선거거부 계층을 투표장으로 들어서게 하는 강제 내지 의무투표제를 실시하자는 것입니다.” “정말 색다른 선거정치 논리입니다.” 하고 사회자는 감격한다. “대노당과 본 후보가 내건 투표의무제가 정치개혁의 가장 실현성 있는 한 방편이라 믿습니다. 따라서 국민의 투표 행위는 국가기관을 선택하는 공무의 하나이며, 그래서 국가직 공무원을 선발하는 인사채용 업무로 국민의 권리가 아니라 오히려 의무로 라고 주장하는 바입니다. 그보다 더욱 중요한 이유가 또 있습니다. 유권자의 90% 이상이 투표에 참여한 선거의 결과에 의해 공직자나 정당이 선택되었다면, 국가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에서 야당이 아무리 입맛에 맞지 않는다 하더라도 국민의 여론이 그렇다, 국민이 원하기 때문이라는 핑계로 데모하고 촛불을 들고 나오지 아니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90% 참여한 선거에서 선택된 정당이며 대통령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압도적 표차가 아니고 비슷한 표차로 선거에서 승리해도 90% 참여 선거란 이유로 야당이나 재야단체의 극한 저항을 막는 정당한 논리가 성립될까요.” 소중보 후보는 “지금 제가 하는 얘기를 잘 듣기바랍니다. 민주주의 제도는 정치쟁점이 타협이 되지 아니할 때는 결국 투표로 선택을 하게 됩니다. 투표의 원칙은 다수결입니다. 다수결 원칙에는 소수표는 다수표에 승복하는 것이고 승복의 의미는 다수표의 결정을 소수표 자들이 자신의 동의와 같다는 개념을 투표 전에 전재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치 현실은 소수자가 다수자의 결정 수용하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언제 나 선의 선택이라 고집하고 억지를 부리는데 있습니다. 이런 태도는 민주시민의 정신을 왜곡한 반민주 행위입니다.” 소중보 후보는 힘이 부치는지 땀을 흘리며, 정좌한 자세가 흔들린다. “국민에게 당부하고 싶습니다. 미국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말로 ‘악한 정치인은 투표를 하지 않는 선량한 시민에 의하여 선출 된다는 격언을 한번 더기억 하시기 바랍니다.” 사회자는 이 말을 듣고 “투표권이란 말을 투표의무로 개념을 바꾸자는 주장이 정치개혁의 참 지름 길이요, 정답인 것 같습니다.” 소중보씨는 호흡이 곤란한지 몸이 움추려 지는 듯 떨고 있는 것 같다. “사회자님 잠시 볼일도 보고 한 오분 간 쉬는게 좋겠습니다”. 하자 사회자는 “그렇게 하시지요, 몸이 대단히 괴로워 보입니다” 사회자와 소중보후보는 무대에서 사라진다. 동영상은 사라지고 선관위의 선거 홍보 영상이 뜬다. 갑자기 사회자가 당황스럽게 무대로 뛰어나오는 것을 보니 무슨 긴급한 일이 생긴 것 같다. “전국의 방청인 여러 분 잠시 본방송을 중단하겠습니다.” 하고 무대에서 퇴장한다. 조명이 꺼지더니 다시 밝아지고 큰 자막이 뜬다. 『소중보 씨가 화장실로 가던 도중 쓰러지셨습니다. 지금 병원으로 긴급 호송되고 있습니다.』 라고 큰 글이 허공에 뜬다. 온 나라가 일시에 천둥 벼락이 떨어진 듯 울음과 탄식과 고함소리가 천지를 흔든다. 관망자인 나도 두근거리는 가슴에 큰 함마로 얻어맞은 듯 고통이 몰려온다. “소중보씨 이러면 않돼, 않돼--, 그분이 살아야해.” 관망자는 자신이 허공 속에 동댕이쳐저 저 아래로 끝없이 추락하더니 쿵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이제 내가 죽었구나 생각하는데-- 누가 내 뺨을 때리기에 죽지는 아니하여 다행이다 생각하며 눈을 떠보니 “왜 울고 있노, 빛나 아빠야, 무슨 나뿐 꿈 꾼나--, 잠 깨고 일어나 아홉시 뉴스 안볼끼가”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9시 15분을 가르치고 있고 아내가 미소를 띠며 내려다보고 서 있다. 벽에 걸린 일자 달력을 보니. 2007년 12월 10일 저녁 9시KBS TV저녁 뉴스가 방영되는데 대통령 후보 공청회가 한참이다. 어리둥절한 관망자는 자기가 소중보일인지, 이집 가장인 이 석암 노인인지 햇갈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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