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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은 곧 정치'라는 삼성 재판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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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6조영동 조회수 509

'재판은 곧 정치'라는 삼성 재판의 진실


국내 대다수 언론과 여론은 '재판은 곧 정치'라는 인천지법 오현석 판사를 맹렬히 비판하면서 법치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하였다. 이들은 법관의 양심에 따라 판결하라는 취지는 자신의 정치적 편향에 따라 판사 마음대로 재판하라는 게 아니라면서, 외려 법관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판사들이 저마다 자신의 성향 또는 정치적 색채가 가미된 판결을 내리면 재판이 판사에 따라 널을 뛰는 그야말로 ‘원님 재판’으로 전락한다며, 법원이 정치에 예속되는 사법 파괴로 이어질 우려마저 있단다. 


그런 판사와 판결을 국민이 신뢰하고 용인할 것이라는 오만이 어디서 생겨났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다면서, 사법부의 정권바라기를 없애고 권력에 흔들리지 않는 법치를 단단하게 구축하는 것이 곧 적폐 청산이며 사법 개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언론과 국민 여론이 대체로 수긍하는, 일각에선 '세기의 재판'이라는 이재용 삼성 부회장 판결은 전형적 '원님 재판'이 아니고 달리 무엇이겠는가? 결론적으로 보수와 진보를 떠나 이구동성으로 '재판이 곧 정치'임을 역설하고 있다.


[썰전]의 유시민 작가와 박형준 교수는 맞장구까지 치며 삼성 재판을 시종일관 서로 웃으면서 논했다. 그들에겐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정치적 '풍자'와 '해학'만 중시하지, 실제 개혁이나 사회 정의에 대한 지식인들의 열정을 찾아볼 수 없다. 좌우 역할론에만 충실한 입담꾼일 따름으로,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인지도나 수입만 바라보는 셈이다.


유 작가와 박 교수는 박근혜 재판과의 연관성을 다분히 의식해 재판부 간의 협의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물론 뇌물을 준 쪽이 무죄가 나면 받은 쪽도 무죄가 나기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친다. 


일단 미르 및 K스포츠 재단의 220억여 원 출연금은 뇌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함으로써 향후 박근혜 재판에서 제3자 뇌물죄도 무죄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반면 삼성 측의 정유라 승마 지원은 뇌물로 봄으로써 이재용 재판 1심 판결문이 박근혜 재판에 증거로 채택돼 대가관계에 의한 뇌물이 유죄로 될 가능성이 높다.  


왜 재판부가 정경유착의 큰 틀에서 삼성과 다를 바 없는 재벌그룹 총수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일들을 꺼리는가? 법관은 오직 헌법과 법률에 충실해 소신껏 판결하고, 우리 사회는 이 절호의 기회에 다른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희귀한 재벌 체제를 해체하는 일에 중지를 모아야 한다. 이야말로 올바른 적폐청산이 아닐 수 없다. 왜 판사들이 미리부터 작정을 하고 삼성만 희생제물로 삼으면서 대한민국 재벌 해체의 부작용을 염려하는가?   


1심 판결은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공모 관계를 인정했다. 그러나 가족관계가 아니면서 공모에 의한 공동정범 뇌물죄로 처벌받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따라서 우리 사회의 적폐청산도 친인척이 아니면서 경제공동체를 새로 규정하는 법률을 제정하고 이를 광범위하게 적용하는 것이지, 박 전 대통령 사례만 유죄로 밝힌다고 사회 정의가 세워지지 않는다.


아울러 수동적 뇌물 공여(박 전 대통령의 적극적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하고 단지 보복을 우려했을 따름으로 명시적으로 무엇을 청탁한 증거가 불분명)와 묵시적 청탁(청와대에서 삼성 경영권 승계 현안에 대한 인식이 분명히 있었고 삼성도 인정하는 바지만 단지 참모들 선에서 얘기가 다 오간 셈)에 대한 부분도 법률적 명시가 반드시 필요하다.  

 

무엇보다 재판부가 법리적으로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미리부터 집행유예까지 염두해뒀다는 점에서 충격을 금할 수 없다. 만일 이 부회장이 1심에서 석방됐으면 초호화 변호인단을 구성한 삼성 측과 재판부까지 악화된 여론을 견딜 수 있었겠느냐는 말도 심심찮게 나온다. 


유 작가는 잔꾀에 밝은 김진동 판사가 법리에 자신이 없어 형량부터 따지고 결과적으로 형량이 사실관계를 재구성했다고 한다. 실제 1심은 대부분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각각의 액수를 상당히 줄여 판시했다. 예를 들어 횡령의 경우 당초 298억원에서 80억여원만 인정하고, 특히 재산국외도피의 경우 79억원에서 37억원으로 수정한 꼴이다. 


(1) 여러 죄가 동시에 인정될 때 가장 무거운 죄를 기준으로 형을 정하는 원칙에 따라(비상식적 발상) (2)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의율해 해외재산도피가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야 하지만 (3) 50억원 미만(37억원)의 경우 징역 5년이 가능하고, 만일 2심에서 작량감경(정상을 참작해 처단형을 절반으로 줄임)되면 징역 3년이라는 점까지 간파했다. 


물론 징역 3년이면 집행유예도 가능하다.(징역 5년은 불가능) 따라서 지금까지 다른 재벌 총수들이 중죄를 지었을 때처럼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예견한 셈이다.(이건희 회장, 정몽구 회장, 최태원 회장, 두산 박용성 회장, 한진 조양호 회장, 한회 김승연 회장도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전형으로서 이보다 '재판이 곧 정치'일 수 있을까? 결국 약삭빠른 김진동 판사는 집행유예까지 가정하면서 2심에 모든 책임을 미룬 형국이다.


오현석 판사를 맹렬히 비난한 언론과 여론은 외려 이 부회장 선고에 대해 '현실적' 목표를 이뤘다고 무난하게 받아들인다. [썰전]의 한 줄 논평에서도 유 작가는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는 세워라(칸트)"까진 아니었지만 "크게 욕먹지 않는 선에서 정의를 세웠다"고 수긍하고, 박 교수도 "네 죄를 네가 알렸다(원님 재판)"면서 대체로 동의를 표시한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오 판사를 비난할 자격은 아무도 없다. 외려 정의를 세우려면 어느 정도 동의해야만 하는 사실이다. 다만 각자 법관의 정치적 판단이 아닌 독립적 양심에 맡겨야 한다. (1) 최소한 사법부가 정경유착에 따라 재벌 총수들이 모두 심판받는 일들에 개의치 않고 (2) 박 전 대통령 재판에 미치는 영향이나 재벌들의 집행유예 관행을 염두해두지 않으며 (3) 다른 재판관에게 책임을 미루는 행위들은 앞으로 근절돼야 한다.


첫째, 법리가 미약하다면 일단 무죄 방면이 옳다. 적폐청산은 사법부가 아닌 입법부(정치권)의 몫이다. 구체적으로 경제공동체, 수동적 뇌물 공여, 묵시적 청탁에 대해 법률로써 명시해야 한다. 정작 후자(입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서 전자(사법부)만 압박하는 모양새라면 실로 엄청난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참고로 그렇다고 박 전 대통령의 죄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녀는 1970년대부터 사실상 최태민 일가의 꾀임에 빠져(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최후 진술) 부친(박정희 대통령)까지 암살되었고, 1980년대부터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재단들(정수장학회, 영남대학교, 육영재단)마저 일찌감치 각종 구설수에 휘말렸지만 전혀 반성하거나 뉘우치지 않고, 외려 그녀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대기업들을 압박해 고양이(최순실)에게 더 큰 생선들(미르 및 K스포츠 재단)을 맡겼다.       


둘째, 최소한 법리가 불충분하다면 각자 법관의 정치적 판단이 아닌 독립적 양심에 맡겨야 한다. 참고로 인류의 4대 종교이자 최대 종교인 기독교의 성경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무려 BC 15세기(3500년 전)의 율법은 다음과 같다.(출애굽기 23장 2절, 3절)


2절: 다수를 따라 불의에 가담하지 마라. 재판정에서 다수를 따라 그릇된 판결이 내려지도록 증언을 해서는 안 된다. (Do not follow the crowd in doing wrong. When you give testimony in a lawsuit, do not pervert justice by siding with the crowd) 

3절: 소송 문제를 다룰 때 가난한 사람이라고 해서 두둔하지 말아라. (and do not show favoritism to a poor man in his lawsuit.)


놀라운 점은 포퓰리즘이나 중우정치(衆愚政治, 다수의 어리석은 민중이 이끄는 정치, 민주주의의 단점)의 폐단을 경계했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가난한 사람이라고 무조건 두둔하지 말라는 점에서 법정에서 한 차원 높은 정의를 실현하고 있다. 21세기 한국 사회는 3500년 전보다 문명이 한참 퇴보한 것처럼 느껴진다.


예를 들어 KBS 사장이 스스로 떳떳하다면 당당히 조사를 받으라지만 문재인 대통령이나 박원순 서울시장도 솔선수범해 자신들의 아들이 떳떳하다면 조사(채용비리 등)에 반드시 응해야 한다. 김대업 허위폭로 사건보다 이회창 후보의 아들에 대한 조사(병역 면탈 의혹)가 모든 국민의 관심사지 않았겠는가? 누구는 재차 조사를 받고 누구는 각종 구실을 내세워 조사를 끝까지 기피한다면 정치적 이중잣대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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