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쇼 정치다 프로그램 이미지

시사 매주 월~금 오후 5시 20분

시사쇼 정치다

정치 토크 맛집!
시원하게 속을 풀어드립니다.

시청자의견

시청자의견
[한국지성/윤평중]위기의 조국이 강력한 통치자를 부른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이메일보내기
  • URL복사
2019.06.06윤복현 조회수 624

[윤평중 칼럼] 祖國이 마키아벨리를 부른다









입력 2019.05.31 03:17

미·중 패권 경쟁, 전방위 확산… 文 정부의 대처법은 '위정척사'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매달려 '무엇이 실제 행해지나' 소홀하면
패망한다는 게 정치적 현실주의… 지도자와 시민의 '유능함' 절실

<figure> 윤평중 한신대 교수 <figcaption>윤평중 한신대 교수·정치철학</figcaption></figure>

1941년 6월 히틀러는 독·소 불가침조약을 파기하고 소련을 침공한다. 캅카스 유전을 장악하기 위해서였다. 전격전(Blitzkrieg)의 전설인 기계화 부대도 석유 없이는 무용지물이었다. 유럽을 제패하려면 석유 확보가 먼저라는 게 히틀러의 판단이었다. 나치 동맹국 일제(日帝)는 1941년 12월 하와이 진주만을 기습해 태평양전쟁을 일으킨다. 미국의 대일 석유 금수 조치로 결정적 타격을 받은 후의 일이다.

미·중 무역 전쟁도 세계사적 차원의 세력 전이(轉移) 투쟁이다. 지배 세력과 신흥 세력이 충돌하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예정된 세계 전쟁'으로 비화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실제로 중국은 6·25전쟁을 띄우면서 '대미(對美) 결사 항전'을 다짐한다. 무력 충돌을 피한다 해도 미·중 패권 경쟁은 수십 년간 전방위적으로 확산될 게 명백하다.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한 한국의 국가 문법이 소진되고 있다. 사드 파동과는 비교 불가능한 신(新)냉전의 태풍이 우리를 강타할 것이다. 화웨이 사태는 그 시작이다.

총체적 국가 위기에도 한국 정치는 당쟁의 늪에 잠겨 있다. 민생과 국정에 무능한 문재인 정부는 위정척사(衛正斥邪)의 정의관으로 지지자들만의 갈채를 유도한다. 겉모습의 도덕적 우위를 권력 쟁탈 도구로 남용하는 문 정부는 보수 진영을 악의 세력으로 배제한다. 그 결과 정치는 적과 동지의 이분법에서 비롯된 생사의 대결로 타락했다. 정치 노선을 달리하는 시민들 사이의 적대감도 폭발 직전이다. 가히 난세(亂世)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의 어지러운 나라 형편이 마키아벨리(1469 ~1527)를 부른다. '악(惡)의 교사'로 낙인찍힌 마키아벨리는 권모술수를 찬양한 권력 지상주의자로 오해받지만 사실 시민적 자유와 나라의 통합을 외친 공화주의자였다. 마키아벨리 당대의 이탈리아는 대혼란 상태였다. 강대한 외세 앞에 분열된 도시국가들이 내전(內戰)을 일삼고 민생은 망가졌다. 사자의 용기와 여우의 지혜를 갖춘 리더십을 설파한 '군주론'의 배경이다.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하는 문제에 매달려 무엇이 실제로 행해지는가를 소홀히 하는 사람은 파멸한다'는 마키아벨리의 정치적 현실주의는 국가 리더십의 정곡을 찌른다.

마키아벨리적 시각에서는 미·중 패권 경쟁에서 중국의 승리 가능성은 크지 않다. 종합 국력에서 중국은 미국에 현저히 뒤처진다. 미국이 만든 세계 자유무역 체제 안에서 중국의 대국 굴기가 가능했는데 트럼프 행정부는 이 체제를 뒤흔든다. 중국은 자원과 석유 수급에서 크게 불리하다. 국가 총력전인 현대 전쟁에서 석유는 최대 전략 자원이다. 나치와 일제는 자원 전쟁의 열세로 총력전에서 패배했다. 미국이 중동에 전략적 관심을 집중해왔던 것도 석유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은 셰일석유로 2018년에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되었다. 300년간 사용 가능한 석유 에너지로 세계 강대국 역사에서 유일한 석유 자급국이자 식량 자급국으로 등극한 미국에 비해 중국은 석유를 비롯해 거의 모든 전략 물자에서 세계 최대 수입국이다. 유사시 생명선으로 중동에서 이어지는 석유 수송로를 지킬 대양 해군력조차 중국은 갖추지 못했다.

세계 곳곳에서 기존 동맹 체제가 파열음을 내고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다. 전 지구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와중에 일국주의적(一國主義的) 민족주의 대북 외교에 매몰된 문재인 정부는 미·중 패권 경쟁의 엄혹한 의미를 간과한다. 미·중 갈등이 커질수록 평화적 북핵 해결은 멀어진다. 이란 핵협정까지 파기한 미국의 행보엔 이란·북한 핵 연대를 차단하려는 계산과 함께 셰일 강대국의 자신감이 깔려 있다. 문 정부의 대일 강경 노선은 동맹 외교를 무너뜨려 국익을 심대하게 해친다. 국가의 명운을 좌우하는 에너지 전쟁의 엄중함을 무시한 문 정부의 탈원전은 자폐적(自閉的) 당위론이 나라를 망치는 최악의 사례다.

한반도에서 핵을 독점한 북한을 중국이 옹위하는 미·중 패권 경쟁에서 우리가 갈 길은 자명하다. '스위스가 고도의 자유를 누린 건 훌륭히 무장했기 때문'이라고 마키아벨리는 역설한다. 용기와 판단력, 지혜와 포용력을 갖춘 비르투(virtu·유능함)의 리더십은 동맹을 조율하고 국방을 강화해 나라를 지킨다. 천하 대란 상황에서는 동맹 관계가 국가의 생사를 가른다. 정치적 현실주의만이 미·중 충돌과 북핵의 아수라(阿修羅)를 돌파한다. 지도자와 시민의 비르투가 어우러져 번영하는 공화정이 우리의 조국(patria)이다. 대한민국이야말로 바로 그 조국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30/2019053003811.html


첨부파일

댓글 0

(0/100)
  •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