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이미지

교양 매주 일요일 저녁 7시 50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식객 허영만이 소박한 동네밥상에서 진정한 맛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

백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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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회 맛의 비단 물결~ 금강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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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26관리자 조회수 911

<166회 맛의 비단 물결~ 금강 밥상>


앞으론 금강이 유유히 흐르고 뒤로는 성흥산이 듬직하게 받쳐주는 마을,

부여 임천면에서 백반기행을 시작했습니다. 이곳을 찾은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데요,

성흥산 사랑나무에서 칼싸움, 총싸움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배우 이원종 씨의 초대를 받아서죠.

이원종 씨와 함께 금강 줄기 따라 부여와 강경을 오가며 고향의 맛을 찾아볼까 합니다.


이원종 씨가 부여에 와서 꼭 먹어야 하는 음식 1순위로 추천해준 것은

바로, ‘입니다. 그래서 수십 년째 단골이라는 부여중앙시장의 탕집을 찾았습니다.

이 댁에서 꼭 맛봐야 할 메뉴로 양탕과 양수육을 추천해주셨는데요.

곰탕을 흔히 먹다 오랜만에 양탕을 만났는데 부여 스타일 양탕이 꽤나 강렬했습니다.

뽀얀 국물에 길쭉하게 썬 양이 넉넉히 들어가 있고 깨소금까지 뿌려

누린내 하나 없이 구수한 맛이 깊더군요.

양탕 본연의 맛을 온전히 맛본 뒤에는 거칠게 무친 부추무침을 더해

얼큰하게 즐기고 이어서 흰 쌀밥까지 말아 완벽하게 마무리했습니다.

원종 씨가 그러더군요. 부여 스타일의 탕은 국물이 톱톱하다!

걸쭉하면서도 청량한 톱톱한 양탕 국물! 정말 매력적입니다.



부여와 강경은 금강을 사이로 마주 보고 있어 옛날엔 뱃길로 오갔고

지금은 다리 하나 건너면 닿는 이웃 마을입니다.

어린 시절 금강에서 참게 잡고 놀았다는 이원종 씨는

아버지가 강경에서 외식하자고 하시면 그렇게 즐거웠다네요.

그도 그럴 것이 금강을 따라 올라오는 풍성한 해산물 덕에 강경은 물자가 넘쳐났습니다.

때문에 조선시대 때는 원산과 함께 2대 포구로도 불렸죠.

넘쳐나는 해산물을 팔고 남으면 소금에 절여 젓갈을 담갔기에

강경 젓갈은 역사가 깊은 만큼 맛도 남다른데요.

강경 젓갈이 무려 12가지나 상에 오르는 젓갈정식을 만났습니다.

매일 아침 주인장이 손수 만든 반찬 12가지까지 더해져 24찬 젓갈정식!

풍요로웠던 강경의 맛이 모두 담긴 밥상이었습니다.

흰 쌀밥에 젓갈 한 점~ 또 노릇한 삼겹살에 젓갈 한 점 올리면 입 안이 행복해지죠.

강경의 밥도둑 덕분에 제대로 포식했습니다!


불고기와 냉면한국인이라면 거부할 수 없는 조합이죠.

뜨거운 음식과 차가운 음식인데 묘하게 잘 어울려 식객을 유혹합니다.

어느 고장에나 있는 평범한 음식 같은데, 부여 스타일은 좀 다릅니다.

부여에는 34년 내공을 담아 만드는 한우파불고기가 있는데요.

서울식 불고기처럼 전골팬에 담겨 있긴 한데, 당면 대신 파채가 듬뿍 올라가 있고

불고기는 웍질로 불맛을 살려 나옵니다.

서울식 불고기와 비슷하지만 차이를 둔 조리법 덕분에 그 맛이 남다른데요.

불맛과 파채의 조화가 일단 입 안을 향긋하게 하고,

~ 두른 사골 육수 덕에 불고기를 퍽퍽하지 않게 즐길 수 있습니다.

또 사골 육수에 채소를 더해 만든 냉면 육수도 부여답게 톱톱해 그 맛이 일품!

충남 등지를 지나다 보면 불현듯 생각나 절로 발길을 이끌만한 맛이랄까요.



금강이 하굿둑으로 막히기 전까지만 해도 강경은 해상 교통의 요충지였습니다.

서남해에서 잡힌 다양한 물고기가 들어와 요리가 발달했죠.

어부들이 잡아 온 물고기를 그때그때 원하는 대로 끓여 주던 1대 시할머니에 이어

황산포구 앞에서 100년 넘게 요리를 하고 있다는 주인장을 만났습니다.

특히 시할머니께서 특별한 노하우 없이 황복을 통째로 넣고 끓인

복탕이 인기가 있었다는데요.

지금은 금강의 사정에 따라 황복에서 참복으로 바뀌었지만,

통째로 끓이는 방식이나 맛을 내는 노하우는 시할머니 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답니다.

덕분에 금강의 옛 맛이 구수하게 이어지고 있더군요.

백 년 뒤에도, 아니 천 년 뒤에도 이 맛이 유지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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