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이미지

교양 매주 일요일 저녁 7시 50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식객 허영만이 소박한 동네밥상에서 진정한 맛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

백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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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회 오지고 차지다! 화천 자연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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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16관리자 조회수 830

<169회 오지고 차지다! 화천 자연 밥상>

 

산과 물이 아름다운 고장, 강원도 화천을 찾았습니다.

수도권에서도 두어 시간이면 닿는 곳이라

기분 전환 겸 나들이로 찾기 아주 좋은 곳인데요.

근사한 자연에, 멋진 분위기에, 훌륭한 음식까지 더해져

백반기행을 떠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동네더군요.

이번에 모신 손님은, 제가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분인데요.

우리나라 1세대 프로파일러로 이름을 떨치신 표창원 소장님과 함께했습니다.




아흔아홉 굽잇길을 넘어야 도착할 수 있다는 오지 중의 오지,

화천의 비수구미 마을을 찾았습니다.

전에는 100여 가구가 사는 마을이었지만 지금은 단 네 가구만 남았다는데요.

찻길도 없는 오지 마을에 민박과 음식점을 함께 운영하는 곳을 방문했습니다.

매년 봄에 산에서 따 말려둔 나물들로 산채비빔밥을 해주셨는데,

강원도 산야에서 키운 것이라 그런지 향취가 그윽하더군요.

맛도 맛이지만 경치까지 한몫 더해져

마치 무릉도원에서의 식사를 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화천은 북한과도 머지않은 지역인데요.

그래서인지 이북 스타일의 음식을 내는 곳도 종종 보이더군요.

표창원 소장님의 부친께서 이북이 고향이시라는 얘길 전해 듣고

마침 화천 시내에 이북 음식을 잘한다는 곳이 있어 찾았습니다.

이북식으로 콩탕을 끓이는 집인데, 불린 생콩을 갈아 마지막에 간수를 치더군요.

짭조름하면서도 고소한 콩맛이 살아있어 아주 근사한 맛.

직접 빚은 이북식 만두를 넣은 사골손만둣국도 은은한 맛이 훌륭했습니다.

그야말로 아버지가 떠오르는 맛, 이랄까요.




화천에 식당이 500여 군데 있다는데요.

그중에서도 유일하게 삼계탕을 전문으로 판다는 집을 찾았습니다.

제대한 군인들도 잊지 못해 찾는다는 삼계탕 맛이 어떨까~ 싶었는데

일반 삼계탕과는 다르게 깨죽에 닭을 삶아 나오더군요.

고소하면서도 부드러운 깨죽에 압력솥에 푹 삶아 야들야들한 닭,

든든하게 배를 채워주는 찹쌀까지 더해지니 세상 부러울 게 없더군요.

알고 보니 인근에 군부대가 많아 좀 더 든든하게 내어놓고자

수년간 들깨로 끓인 국물을 연구했다는 부부 주인장.

화천까지 부러 찾아가서 먹어볼 만한 맛이었습니다.




화천 시내에서 가장 인기가 많다는 식당,

전통주 바틀 숍과 요리주점을 함께 운영하는 곳이더군요.

젊은 사장님이 요리조리 연구해 개발한 특별한 안주들이 눈에 띄었는데

그 중에서도 갈비수육과 들기름젓갈비빔면을 주문해봤습니다.

고기를 즐기는 편이 아닙니다만 등갈비는 더욱 먹기가 쉽지 않은 부위인데

삶아서 뜸을 들여 질기지 않으면서 쫄깃한 육질을 살렸더군요.

비빔장 대신 젓갈을 넉넉히 넣어 감칠맛을 살린 들기름젓갈비빔면도

잊지 못할 별미였습니다.

화천, 참 맛있는 동네라는 생각이 깊이 드는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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